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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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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투과전자현미경을 통해 보는 미시세계의 물리학

물질 내부 원자들을 3차원적으로 들여다보기: 원자분해능 전자토모그래피

작성자 : 양용수 ㅣ 등록일 : 2023-08-23 ㅣ 조회수 : 2,138 ㅣ DOI : 10.3938/PhiT.32.021

저자약력

저자 양용수는 2014년 미국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UCLA 물리천문학과에서 4년간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거쳤으며, 2018년부터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에 재직 중이다. (yongsoo.yang@kaist.ac.kr)

“Seeing” Individual Atoms in 3D: Atomic Electron Tomography

Yongsoo YANG

Have you ever seen atoms in 3D? Atoms are the basic building blocks of materials, and scientists have been actively seeking ways to “see” the 3-dimensional positions of atoms, i.e., where the atoms are located within materials. With the development of powerful modern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 technology and advanced reconstruction algorithms, it became possible to really observe the individual atoms in 3D. In this paper, we will review the recent progress of the technique “atomic electron tomography”, which allowed the 3D atomic structural determination of complex nanomaterials.

들어가는 글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너무 멀리 떨어져 있거나 너무 작아서 사람의 눈으로 쉽게 볼 수 없는 대상들을 관측 가능하게 해 주는 기술의 잘 알려진 예로 망원경과 광학현미경을 들 수 있다. 이들 기술은 물리학과 천문학, 미생물학, 의학과 같은 현대 과학기술분야에 큰 변혁을 불러일으켰으며, 행성의 운동이나 질병의 전파 원인과 같이 눈에 보이는 현상이지만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던 많은 자연현상들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약 100년 전에 “빛 대신 전자를 사용하여 현미경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는 발상의 전환으로부터 탄생한 전자현미경, 특히 투과전자현미경(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 TEM) 기술은 기존 광학현미경의 한계를 단번에 뛰어넘었으며,1)2) 현대에 이르러서는 단일 원자 수준의 미시세계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주는 수준까지 발전하였다. 너무 작아서 광학현미경으로는 관찰 불가능했던 바이러스의 실제 모습이 투과전자현미경을 통해 최초로 밝혀졌으며,3) 그 외에도 금속공학, 재료공학, 미생물학, 의학 등의 분야에서 수많은 발견 및 새로운 과학적 이론을 이끌어낸 없어서는 안 될 기술이 되었다. 비록 물리학자인 Ruska 박사(198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에 의해 최초로 개발되었으나, 투과전자현미경은 한동안 물리학 분야보다는 재료공학 및 생물/의학 분야에서 중점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최근 투과전자현미경의 구면수차 및 색수차를 보정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드디어 원자 하나하나까지 구분 가능한 수준의 현미경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게 되었고,4)5)6)7) 이제는 원자들의 배열 형태와 그에 따라 변화하는 물질의 성질을 연구하는 응집물질물리학 분야에서 원자 하나하나를 볼 수 있게 해 주는 투과전자현미경 기술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조명받고 있다.

최초의 투과전자현미경 기술은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전자의 물질파 파장이 매우 짧으므로 상대적으로 파장이 긴 빛을 사용하는 광학현미경보다 훨씬 고배율의 확대된 상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였다. 뒤이어 뛰어난 과학자들, 공학자들에 의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노력이 꾸준히 추가적으로 접목되었고, 현대의 최첨단 투과전자현미경 기술은 전자와 물질 간의 복잡한 양자역학적 상호작용을 광범위하게 이용함으로써 단순한 고배율 이미징을 뛰어넘어 물질의 구성 원소, 원자들의 진동 상태, 양자 상태, 산화 상태, 내부 전기장 및 자기장까지 동시에 측정 가능한 기술로 자리매김하였다.

본 특집호에서는 오랜 투과전자현미경 개발 및 응용연구의 역사에서 가장 최근 연구되고 있는 최첨단 연구 방향을 고찰한다. 먼저 일반적인 2차원 현미경 이미징을 뛰어넘어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을 3차원적으로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물질 내부의 원자들의 배열을 단일 원자 단위로 분석하게 해 주는 원자분해능 전자토모그래피 기술을 다음 문단부터 바로 이어서 소개한다. 뒤이어 투과전자현미경을 적절히 응용하여 최근 각광받는 2차원 물질의 물성을 측정하는 연구동향에 대한 김관표 교수님의 기고문이 이어진다. 다음으로 단순히 가만히 정지해 있는 물질에 대한 이미징을 뛰어넘어 외부의 자극(온도, 전기장, 자기장 등)에 의해 물리현상이 어떠한 방식으로 변화하는가를 규명하는 실시간/실환경(in situ/operando) 투과전자현미경 기술에 대한 유효빈 교수님의 소개글을 실었다. 마지막으로 투과전자현미경의 주요 연구 대상 중 하나인 산화물 이미징 및 현재 매우 각광받고 있는 최신 주제이며 전자검출기 기술의 진보와 함께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4차원 주사투과전자현미경(4D-STEM) 기술에 대한 장소연 교수님의 기고문과 함께 본 특집호를 끝맺는다.

서 론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는 무엇일까? 기원전부터 인류가 고민해 온 이 질문은 현대에 와서도 아직 완벽하게 해결되지는 못했다. 우주의 대부분은 아직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미지의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추측되며, 우리가 비교적 잘 아는 물질을 이루는 미립자들(쿼크) 및 이들이 보이는 근원적인 물리현상 또한 여전히 논란거리가 남아 있다. 다만, 우리가 실생활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물질들은 수많은 원자들이 모여 이루어지며, 이러한 물질들의 성질은 원자보다 작은 미립자 세계에서의 물리법칙보다는 해당 물질을 이루는 원자들의 종류와 이들의 3차원적인 배열, 즉 원자구조에 의해 사실상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Fig. 1. The atomic structures of carbon-based materials: (a) diamond, (b) graphite, (c) graphene. Their real images are depicted in (d-f), respectively.Fig. 1. The atomic structures of carbon-based materials: (a) diamond, (b) graphite, (c) graphene. Their real images are depicted in (d-f), respectively.

이러한 원자구조(원자들의 종류 및 이들의 3차원적인 배열)가 물질의 성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탄소 기반 물질들을 들 수 있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보석인 다이아몬드, 연필심으로 쓰이는 흑연, 최근 노벨상의 주역이며 미래 소재로 주목받는 그래핀, 이 세 가지 물질들은 모두 탄소로만 이루어져 있다(그림 1 참고). 이 세 물질을 그냥 보았을 때에는 같은 구성성분(탄소 원자)으로 이루어진 물질들이라고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 투명도뿐만 아니라 전기전도 및 열 전도의 성질이 완전히 다르며, 단단한 정도를 따졌을 때에도 쉽게 부러지고 긁히는 흑연과 모스 경도계에서 가장 단단한 광석의 자리를 차지하는 다이아몬드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똑같은 탄소 원자들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물질들이지만 원자들의 3차원적인 배열 형태에 따라서 이들은 희귀한 보석이 되기도 하고 흔한 연필심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탄소 물질들이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처럼, 지구상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물질들이 보이는 물리적 성질을 이해하고 이들을 적절히 응용하기 위해서는 물질의 원자구조를 정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당연하게도 수많은 과학자들이 물질 내부의 원자들의 배열을 정확하게 측정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문제는 원자들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일반적인 물질 내부 원자간 거리는 약 0.2 nm 정도로, 머리카락 굵기의 약 1/100000), 일반적인 광학 현미경에서 사용하는 가시광선(수백 nm에 이르는 파장을 가지며, 파장보다 작은 물체는 보기 어려움)으로는 원자구조를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즉 눈으로는 원자를 직접 보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X선 회절을 통한 3차원 원자 구조 측정

1895년 뢴트겐(Röntgen, 190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의 업적으로 X선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생겼다. X선은 가시광선보다 훨씬 짧은 원자 수준의 파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X선을 이용해서 현미경을 만들 수 있다면 원자를 바로 볼 수 있을 터이나, X선은 투과력이 너무 좋아서 X선의 진행 경로를 휘게 만들 수 있는 렌즈를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려워 현미경에 사용될 수가 없었다(렌즈 없이 X선으로 고분해능 이미지를 얻는 방법이 최근 개발되고 있으나 아직 원자수준에 다다르지는 못했다. 관심있는 독자는 물리학과첨단기술 2017년 6월호의 포항공대 송창용 교수님 기고문을 참고하기를 권한다8)). 그러나 Laue, Bragg 등의 과학자들은 물질 내부 원자들이 무질서하게 배열된 것이 아니라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을 것으로 추측하였고, 그렇다면 X선을 물질에 쏘았을 때 특정한 회절 무늬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점에 착안하였다. 이들은 원자를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실험적으로 회절 무늬를 실제로 측정하고 이를 통해 원자들의 규칙적인 3차원적 배열을 알아내는 이론을 개발하여 물질의 원자구조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 중요한 연구결과는 1914년, 1915년 2년 연속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휩쓸게 된다.

이후의 연구를 통해 많은 물질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음이 규명되었다. 이렇게 규칙적인 원자배열로 이루어진 물질들을 “결정성” 물질이라고 부른다. 결정성 물질들의 원자 구조들은 대부분 X선 회절 실험에 의해서 정밀하게 밝혀졌고, 이는 고체 물질의 물리적 성질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밑거름이 되어 현대 반도체 소자 산업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Fig. 2. (a) Schematic of 0-dimensional point defects: vacancy (dotted line), substitutional (blue), interstitial (red). (b) Schematic of a 1-dimensional line defect: edge dislocation. (c) Schematic of 2-dimensional grain boundaries. (d) Schematic of an amorphous structure without long-range periodic ordering.Fig. 2. (a) Schematic of 0-dimensional point defects: vacancy (dotted line), substitutional (blue), interstitial (red). (b) Schematic of a 1-dimensional line defect: edge dislocation. (c) Schematic of 2-dimensional grain boundaries. (d) Schematic of an amorphous structure without long-range periodic ordering.

회절 기반 구조 분석의 한계점: 비결정성 구조

그러나 이러한 회절 기반 원자구조 측정 기술은 물질 내부의 원자들이 완벽하게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다는 가정하에서만 적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우리가 실제 만나는 물질들이 완벽한 규칙적 배열을 따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실제 물질 내부에는 원자들이 있어야 할 위치에 원자가 빠져 있거나 다른 종류의 원자로 바뀌어 있는 점결함(Point Defect, 0차원 결함이라고도 부른다), 원자 하나가 아니라 같은 평면상에 있는 원자들의 일부가 동시에 빠져 있는 전위 결함(Dislocation, 1차원 결함이라고도 부른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정렬된 두 결정이 불규칙적인 형태로 만나서 생기는 결정립계(Grain Boundary, 2차원 이상의 결함) 등이 존재하여 원자 배열의 규칙성을 깨버리게 된다(그림 2 참고).9) 또한 원자배열의 규칙성이 거의 없는 비결정성 물질들도 존재한다(유리가 대표적인 비결정성 물질이다). 이러한 불규칙적인 결함 및 비결정성 구조는 물질의 성질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이아몬드의 경우 내부의 결함이 거의 없는 경우에는 투명한 색깔을 보이지만, 내부의 결함이 있을 경우 어떤 종류의 결함이냐에 따라 붉은색, 노란색, 푸른색 등 다양한 색깔을 띠게 되며, 보석으로서의 가치 또한 이에 따라 크게 변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반도체의 전기적, 광학적 성질, 금속의 기계적 성질 등 물질의 여러 가지 물리학적 성질들이 이러한 비결정성 구조에 큰 영향을 받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회절패턴 분석을 통한 원자구조 분석 방법은 물질의 결정성(원자들이 완전히 규칙적으로 배열됨)이라는 전제조건이 있어야만 적용 가능하고, 이로 인해 물질 내부의 불규칙적인 결함이나 비결정성 구조를 회절실험을 통해 규명하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실제 물질 내부의 원자구조를 정확히 알아내려면 회절실험에 기반한 구조분석법을 뛰어넘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이 이미 수십년 전부터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었다.

전자현미경 토모그래피를 이용한 원자구조 분석

리처드 파인만 박사(196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는 1959년 미국물리학회의 발표에서 “물질 내부의 원자들의 구조를 단일 원자 단위로 파악할 수 있다면 모든 물질의 성질을 쉽게 분석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라는 언급과 동시에 “전자현미경을 더욱 강력하게 만듦으로써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없겠는가?”라는 질문을 제시하였다.10) 파인만 박사의 선견지명대로 전자현미경 기술은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였고, 최근에는 이를 이용하여 실제로 회절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비결정성 구조를 포함한 실제 물질의 3차원 원자구조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빛의 일종인 X선과 전자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전자가 음전하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전하를 띠지 않아 전자기장 하에서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X선과 달리, 전자의 움직임은 전자기장에 의해 크게 변화될 수 있으며, 적절한 전자기장을 가하게 되면 마치 빛이 렌즈를 통과하면서 굴절되듯이 전자의 움직임이 굴절되도록 조절할 수 있다. 즉 자기장을 이용하여 전자빔을 확대할 수 있는 전자렌즈를 만들 수 있고, 최근에는 이러한 렌즈 기술의 발전으로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찍으면 물질 내부의 단일 원자까지 측정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11) 그러나 우리는 3차원 공간에 살고 있으며, 물질 내부의 원자들 또한 3차원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투과전자현미경으로 얻을 수 있는 단일 이미지는 이러한 3차원적 원자 배열을 2차원 평면에 투영한 결과이고, 2차원 투영 이미지만으로는 정확한 3차원상의 원자 배열 규명이 어렵다. 이 문제를 극복하고 2차원적 투과전자현미경 투영이미지들로부터 3차원적인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전자토모그래피(electron tomography)이다.

Fig. 3. Schematic of atomic electron tomography. (a) Measuring atomic resolution 2D projection images using electron microscopes. (b) Acquisition of a tilt series of multiple angles by rotating the specimen. (c) Obtaining 3D atomic resolution tomograms by applying efficient reconstruction algorithms. Figure adapted from [24].Fig. 3. Schematic of atomic electron tomography. (a) Measuring atomic resolution 2D projection images using electron microscopes. (b) Acquisition of a tilt series of multiple angles by rotating the specimen. (c) Obtaining 3D atomic resolution tomograms by applying efficient reconstruction algorithms. Figure adapted from 24).

어느 정도 우리에게 친숙한 토모그래피 3차원 영상법 중 하나로 인체 내부의 장기들을 3차원적으로 볼 수 있게 해 주는 CT (computed tomography) 측정이 있다. CT 측정 장치가 인체를 한 바퀴 빙 돌아가면서 여러 각도에서 X선으로 2차원 이미징을 하고, 여러 각도에서 얻은 2차원 이미지들을 결합하여 3차원적인 내부 장기 영상을 얻는 방식이다. 전자토모그래피는 이러한 CT 측정을 사실상 같은 방식으로 투과전자현미경 측정에 적용한 기술이다. 그림 3(a)에 나타낸 것처럼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하여 대상 물질의 단일 원자까지 보이는 초고분해능 이미지를 측정할 수 있는데, 한 각도에서만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측정하고자 하는 물질을 여러 각도로 돌려 가면서 다양한 각도에서 원자분해능 이미지들을 측정한다[그림 3(b)]. 그리고 이 2차원 이미지들에 적절한 3차원 재구성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물질 내부의 정보까지 포함한 3차원 이미지를 재구성할 수 있고, 이로부터 물질 내부에 어떤 종류의 원자들이 있는지, 각각의 원자가 3차원적으로 어느 위치에 배열되어 있는지를 바로 파악할 수 있다[그림 3(c)].12)13) 사실 전자토모그래피 기술 자체는 수십 년 전부터 사용되어 왔으나 전자현미경 기술 및 컴퓨터의 성능, 비효율적인 알고리즘 등의 문제로 인해 단일 원자까지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급속도로 향상된 전자현미경 기술 및 기존에 비해 훨씬 빨라진 컴퓨터의 계산 속도, 그리고 효율적인 3차원 재구성 알고리즘의 개발을 통해 드디어 2015년에 이르러 단일 원자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전자토모그래피 실험결과가 최초로 보고되었다.14) 파인만 박사가 꿈꾸었던 미래가 60년만에 현실로 다가왔고, 이제 우리는 전자현미경을 통해 물질 내부의 원자들의 3차원 구조를 단일 원자 단위로 파악할 수 있다.

원자분해능 전자토모그래피의 현재

Fig. 4. (a) The first experimental demonstration of tracking individual atoms in 3D via atomic electron tomography. The revealed 3D atomic model of a W tip consists of nine atomic layers along the [011] direction, labelled with dark red, red, orange, yellow, green, cyan, blue, magenta and purple from layers 1–9, respectively. (b) 3D determination of atomic coordinates, chemical species and grain structure of an FePt nanoparticle. Fe atoms are in red and Pt atoms are in blue. Figures adapted from [14] and [15].Fig. 4. (a) The first experimental demonstration of tracking individual atoms in 3D via atomic electron tomography. The revealed 3D atomic model of a W tip consists of nine atomic layers along the [011] direction, labelled with dark red, red, orange, yellow, green, cyan, blue, magenta and purple from layers 1–9, respectively. (b) 3D determination of atomic coordinates, chemical species and grain structure of an FePt nanoparticle. Fe atoms are in red and Pt atoms are in blue. Figures adapted from 14) and 15).

2015년 최초의 연구결과 보고 이후로 원자분해능 전자토모그래피를 이용한 연구 결과들이 여럿 발표되었다. 2015년 발표된 최초의 원자분해능 전자토모그래피 실험에서는 바늘 모양으로 가공된 텅스텐의 뾰족한 첨단부에 위치한 텅스텐 원자들의 3차원적인 배열을 단일 원자 단위로 규명하였다(그림 4 참고).14) 나노크기의 텅스텐 바늘은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이나 원자간력현미경(AFM) 등 물질 표면을 고분해능으로 관측하는 탐침으로 흔히 쓰이는 중요한 물질이며, 원자분해능 토모그래피로 정밀하게 측정된 첨단부의 원자구조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면 이러한 탐침현미경들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2015년 연구결과에서는 텅스텐 바늘 표면에 탄소 원자가 적절하게 자리잡게 되면 응력이 작용하여 표면 원자구조를 미세하게 바꿀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동시에 보고하였고, 이에 기반한 관련 연구가 앞으로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생각된다. 2017년에는 단일 원소로 이루어진 물질 분석을 뛰어넘어 백금과 철의 합금으로 이루어진 FePt 나노입자에 대한 3차원적 원자구조 분석 또한 보고되었다(그림 4 참고).15) FePt 나노입자 내부의 모든 철 및 백금 원자의 3차원적 위치가 높은 정밀도로 규명되었고, 이렇게 얻은 구조를 양자역학적 계산과 결합하여 FePt 물질에서 높은 자기적 비등방성을 얻어낼 수 있는 구조를 제시하였다. 하드디스크 등 저장매체를 제작할 때 저장밀도(즉 저장용량)를 높이려면 사용하는 물질의 자기적 비등방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러한 3차원 구조 분석 기술은 초고밀도의 높은 저장용량 하드디스크 개발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Fig. 5. Experimental measurement of the dynamics of early stage nuclei by using atomic electron tomography. How the atoms rearrange as a function of time during the nucleation procedure can be observed. (a) Case of a growing nucleus, (b) Case of a fluctuating nucleus. Figure adapted from [16].Fig. 5. Experimental measurement of the dynamics of early stage nuclei by using atomic electron tomography. How the atoms rearrange as a function of time during the nucleation procedure can be observed. (a) Case of a growing nucleus. (b) Case of a fluctuating nucleus. Figure adapted from 16).

더욱이, 전자토모그래피의 기술의 매우 큰 장점 중에 하나는 물질을 파괴하지 않고 3차원 내부 구조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내부구조를 보기 위해 물질을 깎아내야 하는 여타 기술들과는 달리 다양한 외부 조건(시간, 온도, 전기장 등) 변화에 따라 물질 내부의 원자들이 3차원적으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즉 원자들의 동역학을 3차원적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또한 2019년에 이르러 실제로 현실화되었으며, FePt 나노입자 내부의 철과 백금 원자들이 무질서하게 배열되어 있다가 높은 온도에서 정렬된 형태로 배열되는 변화 과정이 단일 원자 단위로 규명되었다(그림 5 참고).16) 하드디스크 등으로 물질을 응용하기 위해서는 물질 내부 원자구조의 배열을 원하는 크기와 형태, 방향으로 변화하도록 조절하는 공정이 필요한데, 전자토모그래피를 통하여 이러한 3차원적 변화 과정을 원자 단위로 직접 관측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은 토모그래피의 시간분해능 문제로 인해 실시간(in-situ 또는 operando) 분석은 불가능하지만, 앞으로 계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실시간 원자분해능 토모그래피도 현실화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 외에도 금 나노입자 내부의 결정립 구조 및 이로 인한 내부 응력 변화,17) liquid cell 내부에서의 백금 나노결정 구조,18) 비정질 물질의 3차원 구조,19) 2차원 물질 및 이들의 계면 구조20)21) 등이 3차원적으로 단일 원자 수준에서 분석되어 다양한 물질구조 및 발현되는 물리현상들을 원자단위로 이해하기 위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결 론

원자수준 분해능을 갖는 전자토모그래피 기술은 최초 개발로부터 10년도 채 되지 않은 새로운 분야이다. 여러 가지 성공적인 사례들이 보고되었지만, 아직은 여러 가지 한계점 또한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주로 금속 및 합금 나노입자에 대해서만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당연히 이를 극복하고 원자분해능 전자토모그래피를 다양한 물질 및 환경에서 일반적으로 적용 가능한 기술로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인공신경망을 이용하여 전자토모그래피의 원자구조 정밀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결과가 최근 보고되었고 이를 통해 물질 표면 및 계면에서의 특이구조가 정밀 규명되었으며,22) 이러한 계면 구조를 조절하여 연료전지 촉매 성능을 체계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제시되었다.23)24) 또한 최근 개발된 초고속 전자검출기를 응용하면 훨씬 적은 양의 전자를 사용하여 높은 정밀도의 전자토모그래피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며, 전 세계의 연구진들이 최초의 연구결과를 내기 위해 경쟁 중이다.25)26)27)

응집물리분야의 많은 미해결 문제 중에 물질의 3차원 원자구조와 직접적인 연관된 경우들이 여럿 있다. 구조 변화를 동반한 여러 가지 상전이 현상(도체-부도체 상전이 현상[Verwey 상전이],28) 강유전성 상전이 현상29)30) 등), 유리 상전이 현상,31) 물질 내부의 3차원 자성 정렬32) 등이 좋은 예이다. 앞으로 더욱 발전될 원자분해능 전자토모그래피 기술을 통해 물질 내부의 재미있는 원자구조들이 더욱 정밀하게 밝혀지고, 물질들에서 발현되는 흥미로운 물리현상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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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M. Haider, H. Rose, S. Uhlemann, E. Schwan, B. Kabius and K. Urban, Ultramicroscopy 75, 53 (1998).
6)O. L. Krivanek, G. J. Corbin, N. Dellby, B. F. Elston, R. J. Keyse, M. F. Murfitt, C. S. Own, Z. S. Szilagyi and J. W. Woodruff, Ultramicroscopy 108, 17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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